지진 대책 나선 SK하이닉스(출처: SK하이닉스 이천갬퍼스 전경)

최근 두어 달 사이 영남지역에서 4차례 지진이 발생했다. 그 중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강도 5.8 지진은 9월 25일 기준 총 430회 여진을 일으키며 지역 주민들은 물론 반도체 산업의 불안감 또한 확대하고 있다.

규모 5.8 지진 발생 이후

기상청에 따르면 9월 12일 19시 경북 경주시 남서쪽 9㎞ 지역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고, 이후 20시에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추가로 발생했다.

규모 5.8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일부 산업시설 생산이 일시적으로 중단됐으며, 삼성·현대·SK·LG 등은 생산라인을 일시 정지하고 안전점검에 들어가는 등 지진피해 상황을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삼성전자의 기흥·화성 반도체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이천·청주 공장에서 일부 장비가 멈췄으나, 제품을 폐기해야 한다거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의 문제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공장의 경우 기흥·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포토장비(노광장비) 3대가 일시적으로 멈췄다가 바로 재가동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라인이 멈춰 서면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며, “이번 상황은 라인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가운데 극소수의 장비가 잠시 정지됐던 것”이라고 덧붙여 큰 피해가 없었음을 일축했다.

또한, SK하이닉스의 이천·청주 공장에서도 노광장비가 일부 가동이 중단됐지만 생산 차질은 빚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노광장비 같은 설비는 지진이 나면 자동으로 정지하는 게 정상”이라며, “제품 생산에 영향은 없다”고 전했다.

 

지진 영향 없다지만

산업 시설 전반에 대한 안전점검이 화두가 된 가운데, 업계관계자들은 “규모 6.5 이상의 강진이 발생하지 않는 한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도체 생산설비의 경우 통상 규모 6∼7 수준 지진에 견디도록 내진 설계가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9월 12일 이후 발생한 대부분의 여진은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해 일부 생산라인을 제외하곤 중단 없이 정상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시설은 작은 진동에도 품질에 영향이 있어 미세한 진동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가동을 중단하기 때문에 반도체업계의 불안은 여전하다.

 

지진 여파 미약한 수준

반도체 생산라인 및 장비는 내진 설계가 되어 있지만, 진동 발생시 설비 안전을 위해 자동으로 가동이 중단된다. 특히 포토장비(노광설비)는 매우 정밀한 장비로 진동 감지시 설비가 멈추는 현상이 발생하여 일부 Rework(재작업)가 불가피하다.

9월 12일 지진으로 국내 반도체 생산라인 영향은 제한적이나 포토설비 영향은 일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그에 따라 메모리 가격이 약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반도체 제조공장 58%, 지진 취약 지역에 위치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트는 2015년 12월 기준으로 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용량의 58%가 지진 활성 영역에 위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 중 글로벌 IC 용량의 39%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과 대만은 지진활동이 활발한 지역으로 간주되고 있다.

지난 2월 11일 대만 남부 가오슝 지역에 진도 6.4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특히 대만을 대표하는 기업이자 세계 파운드리 1, 3위 기업인 TSMC와 UMC의 피해 소식이 전해져 반도체 제조공장이 위치한 지역의 안전성에 관심이 쏠렸다.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1위 업체인 TSMC는 지난 2월 대만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약 1,700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TSMC는 지진 피해를 입은 타이난 지역에 팹(Fab) 6과 14A, 14B 등 3개의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피해가 컸다.

업계에 따르면 TSMC의 지난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34억 9500만 대만달러(약 7조 2,260억 원), 704억 6,700만 대만달러(2조 5,000억 원)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8.3%, 18.7% 감소했다. 전기 대비로는 매출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영업이익은 9.6% 줄었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34.6%로 2015년 1분기(39.0%) 대비 4.4% 포인트 하락했다.

TSMC는 지난 2월 6일 발생한 지진 여파로 영업이익률이 2.4%포인트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를 환산할 경우 지진 피해로 영업이익이 약 48억 2,600만 대만달러(1,700억 원) 감소했다는 계산이다.

당초 TSMC는 지진 발생 직후 설비의 95%가 2~3일 내 정상화돼 1분기 중 차질을 빚는 공급량이 1%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밀 진단 후 팹 14A는 웨이퍼 공급이 10일~50일 지연되고, 100K(12인치) 웨이퍼는 1분기에서 2분기로 배송 시기가 늦춰졌다. 팹 6은 제품 공급이 5일~20일 지연됐고, 20K(8인치) 웨이퍼는 2분기로 배송이 미뤄졌다.

또한, 일본 구마모토 지진은 현재까지 반도체를 비롯한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4월 14일 강도 6.5의 지진이 일본 구마모토 현에서 발생했다. 뒤이어 16일 새벽에는 강도 7.3의 더 큰 지진이 일어났고, 다수의 여진이 구마모토 현과 오이타 현에서 발생했다.

구마모토 현에 위치한 소니(Sony) CMOS 이미지 센서 제조공장의 피해소식이 알려지며 반도체 업계는 술렁였다.

르네사스(Renesas) 구마모토 현 카와시리(Kawashiri) 공장은 기업의 주요한 (반도체) 웨이퍼 프로세스 공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MCU와 SoC들이 카와시리 공장의 8인치짜리 라인에서 생산된다. 카와시리 공장의 가동은 14일 지진이 발생한 직후 중단됐다. 르네사스는 16일의 2차 지진 발생 이후 다시 한 번 근로자들의 안전을 재확인했다. 이후에도 계속 여진이 발생했으며, 르네사스는 그들의 제조 설비 상태를 최대한으로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제조 설비의 피해는 당연했고, 16일의 2차 지진으로 추가 피해가 일어났다.

구마모토 현에 파워 반도체를 제조하는 공장과 TFT 액정 모듈을 제조하는 공장이 있는 미쓰비시도 모두 생산을 중단하고 확인 작업에 나섰다. 일본의 지진 지역 내 모든 공장들은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지진 시 공장의 가동을 멈추고 지진관련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IC인사이트는 “최악의 지진이나 태풍은 전 세계 전자부품 공급에 심각한 파급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들은 광범위한 고객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공장 시설에 손상이 생기면 개별적인 IDM IC 팹보다 제조시설 피해가 훨씬 더 크다”고 설명했다.

 

자료: IC인사이트

 

반도체 사업장 지진 위험성 평가

지난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1978년 기상청의 계기지진관측 이래 역대 가장 큰 규모다. 이후로 무려 수백 차례의 여진이 이어지더니, 19일에는 4.5 이상의 지진이 다시 경주에서 발생했다.

이에, 국가의 지진 매뉴얼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진대비 안전조직의 확대와 지진 전문인력의 확충, 공공시설물 내진기능의 보강 등이 시급하다. 더불어 공장 차원에서의 대비책 마련 또한 시급해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진 대응을 추진하기 위하여 ‘반도체 지진대책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해외 재난관리 선진기업의 지진대응 전략 벤치마킹을 실시하는 등 자연재해 피해에 따른 선진사 개선 사례 및 기술을 습득하는데 노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1988년부터 국내 건축법상 내진 설계가 의무화되어 있어 반도체공장의 지진 대응은 법적 대상인 건축물에 한정되어 있으며 대응 수준 또한 인명안전 수준으로 지진 발생 시 인명은 안전하나, 생산설비와 시설물 등 비구조체의 파손으로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즉, 구조체 내진 설계는 되어 있으나 건물 내부 생산설비 및 비구조체에 대해서는 내진 기준이 없어, 지진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진 안전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공장 장비와는 별개로 ‘각종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에 대한 매뉴얼이 시급하다.

 

현실은 지진 안전예산 95% 삭감

최근 3년간 국민안전처가 지진 관련 예산을 1,409억원 요청했으나 실제 반영된 예산은 76억원으로,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26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기획재정부ㆍ국민안전처 일반 예산 신청내역 분석결과에 따르면, 삭감된 예산 중 내진설계 등 지진대비 인프라 구축 예산은 2015~2017년 각각 513억 원, 699억 원, 197억 원을 신청했으나 2015~2016년은 전액 삭감됐고, 2017년도 예산에서 처음으로 12억 원이 반영됐다.

송 의원실 측에 따르면, 지진방재 관련자로부터 “국민안전처를 신설할 때에도 지진방재과를 없애자고 해 필요성을 설명하느라 힘들었다”며, “지진 개선대책을 지원해달라고하자 나중에 피해가 난 뒤 복구비를 지원해주는 게 더 경제적 이라고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대책 마련 시급

일본이 실행 중인 지진 대책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일본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2016년 4월 구마모토 지진 등 잦은 자연재해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이에, 르네사스와 도시바 등 반도체 7개사는 지진 재해 등 비상시 각 회사가 생산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연계 체제 마련에 착수한다. 유통과 물류 분야에서 협력함으로써 비상시에서도 반도체를 계속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2016년도 중 르네사스, 도시바, 소니 등 전자 정보 기술 산업협회(JEITA)의 반도체 회의에서 임원사인 총 7개사가 머리를 맞댈 예정이며, 협력 내용은 부품조달망의 상호 이용을 중심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지진에 의한 피해가 발생한 만큼 재해 시 업체 간 연계 방안을 모색하는 등의 산업계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더세미콘매거진 편집부> the_semicon@thesemi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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